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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야구장, 왜 다 다르게 생겼을까?

by exit-daily-life 2025. 5. 14.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겁니다.
"왜 메이저리그 야구장은 전부 다르게 생겼을까?"
홈런 담장의 거리도 제각각이고, 어떤 구장은 펜스가 삐죽 튀어나오거나 심지어 90도 각도로 꺾이기도 하죠. 한편으로는 이런 차이 덕분에 메이저리그는 더 흥미롭고 다채롭습니다. 오늘은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역사적 맥락과 재미있는 사실들을 곁들여 파고들어 보겠습니다.

 

 

다양하게 생긴 야구 경기장

 

 


 

 

도시마다 다른 땅, 다른 건축 – 구장 설계의 출발점

메이저리그 야구장의 차별성은 단순한 ‘디자인 취향’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뿌리는 철저히 ‘현실적인 문제’에서 출발했습니다.
20세기 초반, 대부분의 메이저리그 구장은 도심 한가운데 지어졌습니다. 당시 도시의 중심지는 이미 건물과 도로로 꽉 차 있었고, 야구장을 위한 넓은 사각형 부지를 확보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이런 현실적인 한계는 구장마다 특이한 형태를 갖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예를 들어 보스턴의 펜웨이 파크(Fenway Park)는 1912년에 지어진 구장인데, 왼쪽 담장이 유독 높고 직선적으로 생겼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바로 그 담장 너머에 주택가와 도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볼이 넘어가지 않게 벽을 높게 올린 거죠. 그 결과물이 바로 유명한 ‘그린 몬스터(Green Monster)’입니다.
이렇게 도시 환경에 맞춰 설계하다 보니, 담장 거리, 방향, 벽의 높이 등이 다르게 설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뉴욕의 옛 폴로 그라운드(Polo Grounds)는 또 다른 예입니다. 이 구장은 중앙 담장까지의 거리가 무려 147m(483피트)로,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깊었습니다. 대신 좌우 측 담장은 80m도 채 안 되었습니다. 이는 직사각형이 아닌 말발굽 모양의 부지 위에 야구장을 지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구조 덕분에 당시 홈런보다 ‘트리플(3루타)’이 많이 나오는 특이한 기록도 생겼죠.

결국, 도시 환경이 야구장 개성과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셈입니다.

 


 

야구의 문화적 개성 – 규정 없는 구장 크기의 전통

다른 구기 종목, 예를 들어 축구나 농구, 미식축구 등은 경기장의 크기나 구조가 거의 동일합니다. 하지만 야구는 다릅니다.
야구는 필드의 크기와 형태에 일정한 자율성을 허용합니다. 공식 규정에서는 내야의 치수만 엄격하게 규정돼 있을 뿐, 외야 펜스까지의 거리는 어느 정도 구단 자율에 맡겨져 있습니다.

이러한 자율성은 단순한 규정의 허술함이 아닙니다. 이는 오히려 야구가 지역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스포츠라는 문화적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죠.
예를 들어,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인 리글리 필드(Wrigley Field)는 담장을 뒤덮은 담쟁이덩굴로 유명합니다. 이 식물은 계절에 따라 색이 바뀌며 구장의 분위기를 바꾸고, 경기 중에 던진 공이 숨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야구장 자체가 단순한 경기 공간을 넘어, 지역 문화를 반영하는 하나의 아이덴티티로 작용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또한,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Oracle Park)는 우측 외야가 바로 해변과 맞닿아 있어, 담장을 넘은 공이 ‘맥코비 코브(McCovey Cove)’라는 바다로 떨어집니다. 이를 보기 위해 수많은 팬들이 카약을 타고 바다 위에서 경기를 관람하죠.
이런 요소들은 단지 재미를 넘어서, 야구라는 스포츠가 지닌 ‘현장성’과 ‘지역 감성’을 극대화하는 장치가 됩니다.

결국, 메이저리그 구장들의 ‘다름’은 우연이 아니라 의도적이고 문화적인 다양성의 산물인 셈입니다.

 


 

전술과 전략의 차이도 야구장에 따라 달라진다

야구장에서 홈런 담장의 거리나 펜스의 높이가 다르면, 그만큼 선수와 감독이 구사하는 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콜로라도의 쿠어스 필드(Coors Field)입니다. 이 구장은 고도가 높은 덴버에 위치해 있어, 공기 저항이 적습니다. 즉, 공이 멀리 날아가 홈런이 잘 나온다는 뜻이죠.
그래서 쿠어스 필드에서는 장타 위주의 타격 전략이 강조됩니다. 반면, 투수들은 공의 무브먼트가 줄어들기 때문에 변화구보다 속도 위주의 피칭을 선호합니다.
이로 인해 쿠어스 필드에서 뛰는 팀들은 선수 영입이나 육성 방식조차 다르게 가져가야 합니다.

또 다른 예로 휴스턴의 미닛메이드 파크(Minute Maid Park)는 한때 외야 중앙에 ‘언덕(Tal's Hill)’이 존재했고, 그 위에 깃발까지 꽂혀 있었죠. 지금은 철거됐지만, 당시에는 외야수가 타구를 따라 달리다 언덕을 올라야 하는 독특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는 수비 위치 선정과 훈련 방식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이렇듯 구장의 형태가 선수의 기술뿐 아니라 팀의 전체 전술 운영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야구가 단순한 정형화된 스포츠가 아니라, 공간과 전략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지적 스포츠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구장은 야구의 또 다른 ‘선수’다

야구는 ‘9명이 하는 스포츠’라고들 하지만, 메이저리그를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구장도 선수 중 하나다.”
각기 다른 야구장이 만들어내는 변수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경기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플레이어나 다름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야구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팬이라면, 단순히 팀이나 선수뿐만 아니라 그들이 뛰는 공간인 ‘구장’에 대한 이해도 꼭 필요합니다.
같은 경기도 어디서 열리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이 차이는 팬에게 더 많은 이야깃거리와 재미를 선사하니까요.

앞으로 메이저리그 중계를 볼 때는 구장의 모양과 펜스 거리, 관중석 배치 등에도 주목해 보세요. 그 순간부터 야구는 단지 ‘공 던지고 치는 경기’가 아닌, 공간과 전략의 예술로 다가올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