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막 접한 분들께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이겁니다.
“축구는 1명이 주심인데, 야구는 왜 심판이 4명이나 있나요?”
경기 중계를 보다가 화면에 다른 각도로 잡힌 심판들을 보면 어리둥절할 수 있죠.
맞습니다. 야구는 기본적으로 홈플레이트 심판 1명, 그리고 1루, 2루, 3루 심판까지 총 4명의 심판이 동시에 경기를 진행합니다.
큰 대회나 메이저리그에서는 여기에 외야 라인 심판까지 추가되어 6명이 될 때도 있어요.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렇게 심판이 많아야 하는 걸까요?
야구의 규칙이 워낙 복잡해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단순히 ‘정확도’를 위해서 심판 수를 늘려 놓은 걸까요?
오늘은 야구를 잘 모르는 성인 입문자 분들을 위해
“왜 야구에 심판이 4명이나 필요한지” 그 이유를 하나하나 풀어보려고 합니다.
야구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면서요.
야구는 “정지된 플레이”가 많고 순간 판정이 중요하다
우선 야구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경기가 정지와 재개를 반복하는 구조라는 점입니다.
투수가 공을 던지기 전까지는 모든 플레이가 정지 상태고,
공이 던져지는 순간부터 수비와 주루, 타격이 일어나는 극도로 짧은 순간 안에 수많은 일이 일어나죠.
예를 들어볼게요.
- 타자가 공을 쳤다 → 타구가 3루 라인을 살짝 탔다 → 페어인가 파울인가?
- 1루에서 타자가 슬라이딩 → 발이 먼저인가, 공이 먼저인가?
- 2루 도루 상황 → 주자가 손끝으로 살짝 닿았나, 글러브가 먼저 찍었나?
이런 장면들은 정말 0.1초 차이로 판정이 갈리는 상황이고,
카메라 리플레이로 봐도 잘 안 보일 정도로 순간적입니다.
축구나 농구처럼 공이 계속 흐르는 스포츠는
전체적인 흐름을 보는 심판이 1~3명이면 되지만,
야구처럼 ‘극단적으로 짧은 순간’에 정지와 움직임이 교차하는 스포츠는
그 순간을 정확히 보기 위한 전담 심판이 꼭 필요합니다.
각 루에서의 아웃/세이프 판정, 타구가 땅에 닿았는지 수비수가 잡았는지,
이런 모든 걸 한 명이 다 판단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그래서 홈에서 투수의 투구를 보는 심판 1명 외에도,
각 루에 전담 심판을 두어 각각의 위치에서 일어나는 플레이를 정확하게 판단하도록 하는 겁니다.
특히 1루에서의 아웃/세이프 판정은 경기 전체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는 만큼 정말 중요한 순간이에요.
이런 순간을 정확히 잡아내기 위해 심판들이 각자의 역할에 집중하는 겁니다.
심판마다 “전담 구역”이 다르다 – 루심의 존재 이유
야구 심판은 단순히 많이 있는 게 아니라,
각자 맡은 구역과 역할이 명확하게 나뉘어 있습니다.
홈플레이트 심판은 투수의 투구를 판정하죠.
-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 타자가 헛스윙했는지 아닌지
- 파울팁인지 그냥 포수 미트에 맞은 공인지
이 모든 걸 본인 자리에서 봅니다.
그렇다면 1루, 2루, 3루에 있는 심판들은 뭘 할까요?
이들은 보통 ‘루심’이라고 불립니다.
각 루에서 벌어지는 주자의 아웃/세이프,
수비수의 수비 동작, 베이스 터치 여부 등을 집중해서 봅니다.
예를 들어
- 타자가 1루로 달려가는 상황에서, 발이 먼저 닿았는지
- 병살 플레이에서 주자가 2루를 밟았는지
- 3루에서 태그 플레이가 정확했는지
이런 것들은 루심이 있어야만 명확하게 판정이 나올 수 있어요.
특히 2루는 도루 플레이가 자주 일어나는 루라
정확한 슬라이딩 손길 하나하나를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홈플레이트 심판이 이걸 같이 본다면, 스트라이크 존은 누가 보겠어요?
그래서 이 심판 구조는 단순히 ‘많으면 정확하겠지’가 아니라,
야구라는 스포츠가 워낙 포지션별, 루별로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역할 분담이 되어 있어야만 전체적인 공정성과 정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구조인 거예요.
비디오 판독이 있어도 “현장의 심판”은 절대 필요하다
요즘 야구는 KBO든 MLB든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굉장히 정교해졌습니다.
“심판 필요 없지 않나요? 영상으로 다 보면 되잖아요”
이런 생각, 한 번쯤 해보셨죠?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비디오 판독은 ‘도움 수단’이지, 전부를 대신할 수는 없어요.
왜냐하면,
- 모든 플레이를 다 리플레이 요청할 수는 없고
- 판독 시간도 제한이 있으며
- 심판이 먼저 “판단”을 내려야 그에 대해 판독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즉, 비디오 판독은 ‘심판의 결정을 보조하거나 재확인하는 장치’일 뿐,
처음부터 “모든 걸 카메라가 정답처럼 말해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거예요.
게다가 비디오로도 애매한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 글러브에 살짝 닿은 것 같은데, 확실치 않을 때
- 주자의 손이 닿은 것 같은데, 각도가 애매할 때
이럴 때는 결국 현장의 심판이 보고 내린 결정이 기준이 됩니다.
그러니 경기장을 넓게 커버하고, 각 루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상황들을 직접 보고, 판단하고,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만 경기가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는 거죠.
야구는 정말 디테일의 스포츠고,
그 디테일을 놓치지 않기 위해
4명의 심판이 각자의 자리에서 ‘눈 역할’을 하고 있는 거예요.
4명의 심판은 “정확하고 공정한 경기”를 위한 최소한의 구성입니다
야구에 심판이 4명이나 있는 이유, 처음엔 낯설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하나하나 따져 보면,
야구라는 스포츠의 특성과 구조에 꼭 필요한 시스템이라는 걸 이해하게 됩니다.
- 순간적인 플레이를 놓치지 않기 위한
- 각 루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공정하게 판정하기 위한
- 그리고 비디오 판독조차 판단의 보조 수단일 뿐이기에
현장의 심판 4명은 지금도, 앞으로도 필수불가결한 존재입니다.
혹시 다음번에 야구장에서 심판이 각 루에 서 있는 걸 보게 된다면
“아, 저 사람은 저 자리에서 그 플레이만을 전담으로 보고 있구나”
“이 경기가 잘 흘러가도록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책임지고 있구나”
이렇게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